가을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로 불쾌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은행 열매다. 하지만 이 은행 열매의 냄새는 단순한 악취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밝혀진 화학적 원인에 기인한다. 은행 열매가 왜 이러한 냄새를 내는지 그 비밀을 알아보자.
은행 열매가 아닌 '종자'에서 비롯된 냄새
은행나무는 겉씨식물로, 우리가 흔히 열매라고 부르는 은행은 사실 종자에 해당한다. 특히 은행 열매의 노랗고 물렁물렁한 겉부분인 외종피가 악취의 주범이다. 외종피에는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lic acid)'이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자극적인 성분이다. 하지만 이 성분들이 직접적으로 악취를 내는 것은 아니다.
악취의 근본 원인, 부탄산과 카프로산
은행 열매의 강한 냄새의 원인은 **부탄산(Butanoic acid)**과 **카프로산(Caproic acid)**이라는 화학 물질에서 비롯된다. 1995년, 미국의 화학자 토마스 팔리먼트는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분석을 통해 외종피에서 이 두 물질을 발견했다. 부탄산은 구토물에 포함된 냄새로도 알려져 있으며, 카프로산은 버터나 팜유 등에 들어 있는 지방산이다. 이 두 물질이 결합하여 은행 열매 특유의 악취를 만들어낸다.
동아시아에서 꾸준히 재배되지만… 외종피는 골칫거리
은행나무는 동아시아에서 오랜 세월 동안 식용과 약용 목적으로 재배되어 왔다. 그러나 외종피에서 나오는 강한 냄새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외종피 속에 유용한 약효 성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꾸준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은행 열매 냄새, 불쾌하지만 가치 있는 자원
비록 은행 열매의 냄새는 불쾌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유용한 화학 성분들이 들어 있다. 부탄산과 카프로산이라는 화합물은 악취의 근원이지만, 연구자들은 은행 열매 속에서 더 많은 유용한 성분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여전히 식용과 약용으로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악취 속에서도 그 가치는 계속 탐구되고 있다.
이제 가을철 거리에서 느껴지는 은행 열매의 냄새가 단순한 악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